오타 및 오류 지적 받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부모를 떠나...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
그리기고 또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하는것이 당연한 순리...
..라는건 너무 거창하군요마는...
이번 추석 전후로 부모님께서 일이 있으시고, 큰집이 경기도로 이사를 한 관계로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
그리하여 도합 6일을 같이 지냈는데,

물론 내가 좀 정리정돈 못하고 물건 제자리 안두고 산만하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늘 말하듯 내 나름 물건이 어디어디 있는지 파악이 되어 있는데, 그걸로 내내 잔소리 듣고,
두분 오셔서 치워놓고 가면 물건 못찾아서 종종 신경이 예민해진다.(그래서 요즘은 두분 오시기 전에 열심히 치우긴 한다.)
그냥 청소안해서 잔소리 듣는건 이제 초월했다고 생각했는데, 6일간 붙어있자니, 이건 청소가 문제가 아니라, 물건을 그떄그떄 바로 안치우면 잔소리를 하시니 내 집인데도 긴장의 연속이다.

아버지 술 드시는것때문에 잔소리하다 포기, 내가 스트레스받고,
(명절 근처라 더 그렇긴 했지만, 요즘 거의 매일 한잔씩 하시는듯한데, 나이도 있으신데 솔직히 나는 너무 걱정된다.
애인님은 이제 인생을 즐기실 나이시니 이해를 해 드리라고 하는데, 나는 간이 망가지실까봐 걱정하는거지.)
꼭 과음하시면 나 먹는것 가지고 한마디씩 하시고 (나의 식탐에 문제가 있다는건 나도 알지만, 누군 살빼기 싫어서 이러고 있나요)
종종 엉뚱한 소리(술김에 말실수?) 하셔서 사람 당황시키고.
정치얘기하면 너무나도 넓은 간극에 서로 신경 예민해져서 웬만하면 얘기를 안하는데, 그러다 종종 못참겠어서 몇마디 하면 요즘 젊은 애들은 이래서 문제라거나, 뭘 모른다는 소리나 들어서 본전도 못건지고.
이번에는 신씨 루머까지 들고와서 이야기를 하시더니, 명절 다 지나고 나니, 친척들 사이에서는 이제 그런 루머들은 사실이 되어버렸다. (나름 교양있는 분들이라 자부했는데, 저런거에 귀가 얇으시다니 나름 충격이었음)
현실정치만이 아니라, 친척들 간의 정치랄까, 인간관계랄까.
어머니가 맘 놓고 하소연하는 맏딸이다 보니, 처음에는 들어주는것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이젠 질렸다.
결혼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든다.


기타등등 자잘한 스트레스로 어제는 잠이 잘 안오더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짜증과 분노가 밀려서 홧병나겠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게다 방에 모기까지 들어와서..
아우 피곤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내 주장이 강해지고, 부모님의 단점도 보이고, 내 생활방식도 독립적이 되고, 서로의 삶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전에는 같이 살면서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던 것이 나만의 패턴이 굳어지면서 점점 못견디는것 같다.
물론 부모님의 단점들은 전에도 피상적으로 알던거고,
단점이 명확히 보이는 만큼 존경스러운 지점들도 더 명확히 알게 되니까 부모님을 미워하거나, 실망이야, 이렇게 되지는 않는데,
어쨌거나 더이상은 같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져보니 집을 나와 산지 이미 8년째다. 여전히 생활패턴이 같은게 오히려 이상하리라.
그래도 내내 부모님과 다니면서 재미있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리고 종종 뵙고싶고, 엄마가 해주는 밥은 여전히 맛있고, 아버지와 정치적인것, 여성주의적인것 이외의 이야기는 여전히 즐겁고,
부모님께 배워야 할 삶의 지혜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데,
더이상은 오래 붙어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불효인가 싶어서 마음 한켠이 뜨끔하기도 한데,
아이가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순리이듯, 이또한 순리일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좀 적당히 붙어있고, 대신 더 편한 마음으로 더 많이 사랑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스트레스 받아서야 제대로 서로를 사랑할 수도 없을테니.

by 이안。. | 2007/09/27 19:1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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